일상/영화

조커2

CDeo 2024. 10. 2. 16:04

주의!!!! `조커`와 `조커 2: 폴리아 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조커

코믹스 영화사에서 2008년은 기념비적인 해 입니다. 이 해에 개봉한 '아이언맨'과 '다크나이트'는 각각 마블과 DC 코믹스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특히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코믹스 영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 '아이언맨은 그렇다 치는데, 왠 조커?'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단순한 악역 그 이상입니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영화 한 편으로 코믹스 영화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는 주인공으로서 여러 영화에 걸쳐 활약한 아이언맨과는 완전히 다른 경로였죠.
 
조커의 독특함은 그의 동기와 악의에 있습니다. 돈이나 권력 같은 일반적인 목적이 아닌, 순수한 혼돈과 무질서를 추구하는 그는 여러 사람을 트롤리 딜레마에 빠지도록 상황을 유도합니다. 그러한 딜레마에 교활하게 숨겨놓은 악의와 함정이, 수 많은 관객을 압도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선악 구도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악역이었습니다.

코믹스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

이러한 '다크나이트'의 성공은 코믹스 영화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후 DC 영화들은 이 성공을 이어가지 못했고, 마블의 밝고 유쾌한 톤의 영화들이 box office를 장악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가 등장합니다. DC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나온 이 영화는, 코믹스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아래는, 이 영화가 나온 뒤 심심치 않게 나온 기사의 헤드라인중 하나입니다. 

美경찰, 反영웅 영화 '조커' 개봉에 바짝 긴장…"최고 경계령"

조커가 갖는 사회적 파급력을 방증하는 제목입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 경찰은 조커의 개봉에 긴장하였을까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상영과 관련하여, 총기난사 사건으로 여럿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폭동하면 미국인데, 조커의 내용 자체가 폭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조커 1

그렇다면, 영화의 폭동이 현실에 영향을 미칠 만큼 이야기를 어떻게 그렸을까요? 조커의 강점은 바로 뛰어난 연출력에 있습니다. 인물이 처한 극한의 상황과 그에 대한 반응을 관객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야기의 플롯, 상황 설정, 카메라 구도, 무거운 분위기,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하나로 어우러져 세상의 억압을 받는 한 남자가 조커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주된 내용이나 상징, 그리고 1편의 위대함은 이미 많은 정보가 나와있습니다. 결말만 이야기 하자면, 쌓이고 쌓인 억압의 분출과 혼란의 화신이되며 조커는 탄생해버립니다.

조커 2

조커 2는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시작합니다. 이 에니메이션은 대놓고 페르소나에 대한 내용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영화 내내 조커가 되기 전 아서 플렉과 혼란의 화신인 조커가 하나의 몸을 차지하려는 듯한 상황을 암시하듯 말이죠.

 
화면은 바뀌고 본격적인 영화는 아캄 수용소에 갇힌 아서를 보이며 시작합니다. 그는 약물복용을 통해 정신이 몽롱해 보이기도하며, 교도소에서 여러 끔찍한 일을 당한것 같아 보입니다. 그를 "아서 플렉"으로 바라봐주는 변호사를 통해 그는 재판의 기회를 얻습니다. 그녀는 해리성 인격장애를 주장하며 사형선고를 피하려 합니다. 
 

이러는 와중 그는 정신병동에서 LEE 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훗날 할리퀸, 조커의 짝꿍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조커"에게 매료되어 의도적으로 아서 플렉에게 접근하며, 그를 매료시킵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아서는 법적으로 좋은 징조를 보이던 재판도 망치고, 더욱 더 파멸적으로 자신을 몰아갑니다. 대신 혼란의 화신인 조커의 면모를 보이며, 영향력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강해집니다. LEE 에게 매료된 그는 조커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그렇다면, 그에게 가면은 무엇 일까요? 뭐가 그에게는 사회적 자아이며, 뭐가 그의 본질일까요? 저는 사실 조커 1편을 되짚어보며, 착한 아서가 결국 그의 본질이며, 억까틱한 환경이 그가 생존을 위해 사회적인 자아인 조커를 만든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그의 본질이자 정체가, 그의 선택과 다르며, 그러한 괴리에서 오는 사회적인 혹은 물리적인 압박이 영화를 더욱 불편하게 만듭니다.

 

결국 그의 가면인 조커는 그를 따르던 동료가 무자비한 외부의 폭력에 의해 살해당하고, 서로 어느정도의 신뢰가 있던 동료의 증언으로 벗겨지게 됩니다. 자신을 카리스마 있게 변호하던 조커는 최종 변론에서 자신이 아서라는 인정을 하게됩니다. 이제 그 법정에는 혼란의 화신인 조커가 아닌, 작고 왜소한 약자만이 남아있습니다.

 

최후의 변론 후, 그는 수용소에 갇혀 살다가 허무하게 죽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Love as Delusion

많은 내용과 메타포를 스킵하며, 주된 내용만 전해보았습니다. 수 많은 이야기 거리가 넘치는 영화입니다. 다만 제 느낌에 감독은 사랑과 정신병의 복잡한 관계를 이야기 하고 싶은것 같습니다.
 
영화의 핵심은 아서/조커와 LEE의 관계입니다. LEE는 비루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아서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유머에 웃어주는 청중으로 다가와준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아서에게 마약과도 같은 강렬한 경험이 되어, 그를 완전히 '조커'라는 페르소나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녀와의 첫 키스, 첫 경험 등은 아서의 삶에 전에 없던 자극이 되고, 이로 인해 LEE는 손쉽게 아서를 '조커'로 변모시킵니다.
 
법정 장면은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재판의 중요성은 뒷전이 되고, 조커는 오로지 LEE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과시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마치 술자리에서 연인에게 구애하는 듯한 현실감 있는 모습으로, 비현실적인 법정 상황을 오히려 일상적으로 느껴지게 만듭니다.
 
이 지점에서 감독은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서'는 'LEE'와 연애중이라 생각하지만, LEE는 '아서'가 아닌 '조커'와 연애 중입니다. 이는 우리가 연애할 때 실제 그 사람이 아닌, 그들이 보여주는 특정한 '가면'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사랑이 이어지는 이유 및 본질을 감독은  "Folie a deux" 를 통해 설명하는것만 같습니다. 여기서의 주된 광기는 조커에서 LEE에게, 그리고 다시 아서에게로 순환하며 공명합니다. 이 광기에 따라 개인에게 가면의 선택을 순간순간 강요합니다. 감독은 그 선택된 찰나의 원하는 가면을 보며 상대방을 사랑하는 그런 양상의 사랑을 이야기하고싶은것은 아닌가 합니다.

평점

★ ★ ★ ☆
Sophomore syndrome 이라기엔 미장센, 호아퀸 피닉스의 연기가 소름이 돋는다. 다크한 뮤지컬 영화로, 영화에 사용된 원곡과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과 그 분위기에서 오는 기발함은 신선하고, 제법 좋았다. 다만, 조커라는 인물의 실제적인 활약을 기대 했던 나로써는 당혹감이 들었으며, 영화의 결말 또한 어떤의미로는 완벽해보이지만, 황당하다. 전작에서 보여준 설득력은 여전해 보이지만, 뭔가 부족하다. (그게 뭘까..?) 굉장히 호불호가 크게 갈릴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는 토드 필립스 감독이 자신의 완벽해 보이는 조커 1편을 뛰어넘지 못해 2편에서는 회피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누군가의 협박으로 조커를 마쳤어야 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의도한대로 엿을 선사한것" 이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이 새@끼는 할 수 있는데 안한거다. 그게 상상도 안가서 더 아쉽고 열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