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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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나는 드라이랩(dry lab) 연구자라 직접적으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 사실에 대해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인간의 건강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긴 했지만, 그 이상의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논문을 하나둘 읽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처음 집중해서 읽은 논문은 폐경기 여성의 우울장애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모델로 사용된 것은 생쥐였다. 폐경기 여성의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생쥐의 자궁을 적출하고, 일정 기간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가한 뒤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이었다. 문장을 따라가며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졌다.아찔했다. 하지만, 필요한 연구라 어쩔 수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선 순간이었다.이 어두운 면..
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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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반추를 위한 준비물, 약간의 용기.지난 흔적 속,어두운 그림자들이아직도 나를 부른다. 외면한 채 지나쳤던그 어두운 골목길,다시 마주할 때,비로소 나는 나를 찾는다. 후회의 무게를 견디며한 걸음 내딛는 순간,빛은 그 끝에서나를 기다린다.
믿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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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저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동료들과 친구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까지 믿지 않습니다. 그들의 실수와 잘못은 필연적이며, 모두 인간의 연약함과 처한 상황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처받기도 싫고, 미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자세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습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고 정서적인 지지를 원하는 분들에게 실망을 줍니다.  저도 누군가를 믿을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이 사랑으로 믿어주셔서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만큼 믿을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충분히 연약합니다, 제가 보증하죠. 이런 저를 믿을만해서 하나님께서 믿어주신 걸까요? 절대 아니죠. 미숙하지만..
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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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인생은 짧고, 근무시간은 길다" -어느 직장인- 하고싶은게 많은 짧은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며 지낸다. 심리적으로 아주 길게 느껴지는 그 시간에 하고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어리던 나는 마치 진리라도 발견한듯 이 행복을 위해, "천직"을 찾기위해 열심히 발버둥 쳤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에는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막연히 공부를 열심히했다. 그러다 막상 직업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니 제대로된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내 성향과 적성 그리고 상황을 고려해가며 가장 해볼만한 일을 탐색해 보았지만, 특별히 행복해 보이는 일을 찾을 수는 없었다.  대학원에 들어가며 판단을 유보했다. 자신의 흥미를 알며, 재능을 꽃피운 사람들이 모이는 대학원에서는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예상대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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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故옥한음 목사님 설교를 듣고.매일을 힘들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일상과 하나님과의 동행은 큰 연관이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아가 죽고 그리스도로 살아가는 삶을 살아내야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어렵고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자신의 마음에 있는 보좌에 내가 아니라 성령께서 좌정하신다는 사건은 그 개인에게서 부터 주변사람들에게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명확한 임재의 부분 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하여 설교말씀 에서는 아래의 예시를 알려주셨다. 아침에 5분, 1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 말씀을 읽고 스케쥴을 정리하며 주님께 아뢰며 하루를 시작한다, "주님 제가 이런 스케쥴이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주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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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XXX님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일상에 치여 그다지 잘 살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쓸모없는 놈", "그따위로 살래?"...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저를 대합니다. 사랑받고 싶어 노력했던 모든 순간을 부정당합니다. 나 자신의 존재가 필요 없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너도 내가 한심하다 생각하지?", 상처받기 싫어 한마디 합니다. 사람들은 제게 자격지심이라는 진단을 내리며, 더는 그 눈빛조차 주지 않습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상처만 받게 됩니다.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지만,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사실만 확인하게 됩니다. 솔직히 지칩니다. 매일매일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너무 힘듭니다. 그런데도 숨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