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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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나는 드라이랩(dry lab) 연구자라 직접적으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 사실에 대해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인간의 건강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긴 했지만, 그 이상의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논문을 하나둘 읽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처음 집중해서 읽은 논문은 폐경기 여성의 우울장애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모델로 사용된 것은 생쥐였다. 폐경기 여성의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생쥐의 자궁을 적출하고, 일정 기간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가한 뒤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이었다. 문장을 따라가며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졌다.아찔했다. 하지만, 필요한 연구라 어쩔 수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선 순간이었다.이 어두운 면..